요한계시록읽기

제 12장 여자와 용의 싸움

작성자
변정미
작성일
2021-05-05 14:34
조회
657
요한계시록 12장부터 제 2부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1-11장은 교회와 세상 사이의 외적 싸움을 보여주고, 12-22장은 보다 깊은 내적 배경을 보여준다고 볼 수도 있다(Hendriksen). 물론 이런 견해는 약간의 수정이 필요하다. 1-11장에도 내적 배경에 대한 언급이 있다(예를 들면 9-11장). 그러나 12장 이하에서 좀 더 깊은 내적 배경을 보여준다는 것은 대체로 옳다고 할 수 있다.

12장에서는 해를 입은 여자와 용 사이의 싸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여자는 교회를 상징한다. 교회와 용, 곧 사탄 사이에는 끊임없는 싸움이 있다. 그 싸움의 성격과 배경이 무엇인지 본 장은 용과 여자 사이의 싸움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1. 해를 입은 여자와 아이와 용(1-6절)

하늘의 큰 이적이 요한에게 보였다(1절). 따라서 요한이 본 이적은 하늘에 있는 것이었지만, 그런 이적을 통해 보여준 사건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은 주로 이 세상에서다. 물론 7-10절에서처럼 실제로 하늘에서 있었던 전쟁에 대해 말하고 있는 본문도 있지만, 그 외의 본문이 말하는 바는 대개 이 땅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말한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요한이 본 것은 '해를 입은 한 여자'였는데, "그 발 아래에는 달이 있고 그 머리에는 열두 별의 면류관을 썼다."고 한다(1절). '해를 입었다'는 것은 영광스러움을 말한다. 따라서 이 여자는 '영광스러운 교회'를 가리킨다(엡5:27).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부'(계21:2,9), 또는 '어린 양의 아내(여자)'라고 불린다(계21:9). "발 아래에 달이 있다."는 것은 만물을 지배한다는 것을 말한다. 교회는 그리스도와 함께 만물을 지배하는 권세를 가지고 있다(시8:6 창1:27-29). '열두 별'은 '열두 지파' 또는 '열두 사도'와도 관계되며, 신구약 교회 전체를 가리킨다. '면류관'은 승리 또는 영광스러움을 말한다.

"이 여자가 아이를 배어 해산하게 되매 아파서 애를 쓰며 부르짖더라."고 한다(2절). 여기서 '아이'는 '장차 철장으로 만국을 다스릴 남자'(5절), 곧 그리스도이다. "아이를 배어 아파서 애써 부르짖었다."는 것은 구약 교회의 모든 고난과 고통이 그리스도의 오심을 예언하고 기다리고 소망하는 것이었다(cf. 눅2:25). 그것은 고통의 기다림이었다.

하늘에 또 다른 이적이 보였는데, 그것은 한 '큰 붉은 용'이었다(3절). 그것은 '일곱 머리'와 '열 뿔'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여러 머리에 '일곱 왕관'을 쓰고 있었다. '머리'는 큰 나라들을 뜻하고, '뿔'은 작은 나라들을 뜻한다. 따라서 이 용이 일곱 머리와 열 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탄이 전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Greijdanus). 사탄(마귀)은 물론 하나님의 권세 아래 있지만, 제한된 범위 내에서 불신자들을 통해 온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눅4:6, 엡2:2, 고후4:4). '왕관(diadema)'은 권세를 상징하는데, 용(사탄)이 가진 권세(일곱 왕관)는 교회의 영광과 권세(열두 별의 면류관)에는 미치지 못한다.

4절에 보면, "그 꼬리가 하늘의 별 삼분의 일을 끌어다가 땅에 던지더라. 용이 해산하려는 여자 앞에서 그가 해산하면, 그 아이를 삼키고자 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하늘의 별들'은 천사들을 의미하고, "끌어다가 땅에 던졌다."는 것은 천사들을 타락하게 한 것을 가리킨다(벧후2:4, 유6절). 따라서 악령, 귀신은 옛날에 천사가 타락해서 된 것이며, 불신자의 영혼이 죽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불신자의 영혼은 죽어서 바로 지옥에 가며, 이 세상에 떠돌아 다니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 떠돌아 다니면서 미혹하는 악령들(귀신들)은 옛날에 천사들이 타락해서 된 영적 존재이며, 그 우두머리는 사탄 곧 마귀이다(엡2:2). 그리고 "그 아이를 삼키려 하였다."는 것은 메시아 곧 예수님이 태어나면 그를 죽이려 한 것을 말한다. 그 구체적인 모습은 헤롯 대왕을 통해 나타났다(마2장).

"여자가 아들을 낳으니 이는 장차 철장으로 만국을 다스릴 남자라."고 한다(5상). 여자가 낳은 '남자 아들'은 메시아, 곧 예수님을 뜻한다. 따라서 여기서 '여자'는 직접적으로는 마리아이지만, 크게 보면 구약 교회 전체이다. 예수님은 구약 교회의 예언과 대망과 고통 가운데 오셨으며, 율법 아래 나셔서 온 인류를 구원하셨다(갈4:4). 이 아들은 "장차 철장으로 만국을 다스릴 자"이다. 이것은 메시아(그리스도)가 권세를 가지고 온 세상을 다스리신다는 것을 말한다(시2:9, 계2:27). 여기서 '다스린다'로 번역된 단어는 원래 '양을 친다, 목양한다. 돌본다'는 뜻이다. 이 땅에 오신 메시아는 권세를 가지고 계시지만, 우리를 사랑으로 돌보시고 먹이시는 목자이다. "그 아이를 하나님 앞과 그 보좌 앞으로 올려가더라."(5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승천 또는 승리를 의미한다. 곧 마귀의 핍박과 공격에서 벗어나서 승리할 것을 가리킨다.

"그 여자가 광야로 도망하매, 거기서 일천이백육십일 동안 저를 양육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예비하신 곳이 있더라."고 한다(6절). 여자의 도망은 교회의 수난을 의미한다. '광야'는 안식과 평안이 없는 곳, 곤란과 어려움이 있는 곳이며, 시험과 훈련의 장소이다. '1260일'은 3년 반(360*3+180)으로서 환난의 기간을 뜻한다. 교회 시대 전체가 환난의 기간이며, 또한 동시에 하나님이 양육하시는 기간이다.

이 기간을 '년(年)'이 아니라, '일(日)'로 표시한 것은 하나님께서 교회를 날마다 양육하시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의 '양육하다(trepho)'는 단어는 에베소서 5:29의 '양육하다(ektrepho)'와 사실상 같은 단어이다. 즉 교회가 광야와 같은 이 세상을 살아갈 때, 그리스도께서 양육하시고 돌보신다.


2. 하늘의 전쟁(7-12절).

다시 장면이 바뀌어 요한은 하늘에서 일어난 전쟁을 보았다. "미가엘과 그의 사자들이 용과 더불의 싸울새, 용과 그의 사자들도 싸웠다."(7절). '미가엘'은 "누가 하나님과 같은가?'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이스라엘 민족을 호위하는 큰 천사이다(단12:1, 유9절). 여기에 보면, 미가엘은 천사들의 우두머리로서 마귀와 그의 추종자들과 더불어 싸우는 것으로 나온다.

'용'은 사탄, 곧 마귀를 가리키며, '사자'들은 원래는 천사들, 사절들을 가리키지만, 여기서는 마귀의 졸개들(귀신들)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 싸움에서 용과 그의 사자들이 패배하여 땅으로 내쫓겼다. 이 '큰 용'은 '옛 뱀', 곧 '마귀'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며, '온 천하를 꾀는 자'라고 한다(8절). '옛 뱀'은 옛날에 에덴 동산에 나타났던 뱀을 가리키며(창3장), '마귀(Diabolos)'는 헬라어로 참소하는 자를 뜻한다. '사탄'은 원래 히브리어로서 '대적, 원수'를 뜻한다.

요한은 또 하늘에 큰 음성이 나는 것을 들었다. 누구의 음성인지는 나타나 있지 않으나 하나님의 음성도 아니고, 낙원의 성도들의 음성도 아니다. 따라서 '천사들'의 음성으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물론 10절에서 '우리 형제들'이라고 하는 표현이 걸리지만, 여기서는 넓은 의미에서 예수님을 믿는 성도들과 하늘의 천사들이 하나님께 대하여 가지는 동일한 관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Greijdanus). 그 음성은 먼저 "우리 하나님의 구원과 능력과 나라와 또 그리스도의 권세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찬송하는 것이다(10상). 이것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하나님의 구원과 능력과 나라가 역사 속에서 실현되었음을 말한다.

그 이유가 이어서 설명되어 있다. "우리 형제들을 참소하던 자, 곧 우리 하나님 앞에서 밤낮 참소하던 자가 쫓겨났기 때문"이다(10하). 여기에 마귀에 대한 명칭이 두 번 표현되어 있다. '우리 형제들을 참소하던 자'는 원어로 '우리 형제들의 참소자'이다. '밤낮 참소하던 자'는 관사 있는 현재 분사 구문으로, '밤낮 참소하는 자'이다. 이것은 일상적으로, 늘 참소하는 것을 가리킨다. 마귀는 끊임없이, 쉬지 않고 성도들을 참소한다. 이것이 그의 일이고, 그의 직업이다. 그러나 그런 마귀가 예수님에 의해 쫓겨났다.

또 "여러 형제가 어린양의 피와 자기의 증거하는 말을 인하여 저를 이기었다."고 한다(11상). 성도들은 그리스도의 피와 하나님의 말씀으로 마귀를 이겼다(요일2:13, 14). 자기 힘으로 이긴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하나님의 능력으로 이겼다(요일5:4, 4:4, 요16:33). "그들은 죽기까지 자기 생명을 아끼지 아니하였다."(11하). 그들은 죽음이 올 때까지 자기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곧 순교하는 한이 있더라도, 믿음을 배반하지 아니하고, 끝까지 믿음을 지켰다(계2:10). 이를 통해 그들은 마귀를 이기고, 영광의 면류관을 받은 것이다.

이어서 말한다. "그러므로 하늘과 그 가운데 거하는 자들은 즐거워하라. 그러나 땅과 바다는 화 있을진저! 이는 마귀가 자기의 때가 얼마 못 된 줄을 알므로 크게 분 내어 너희에게 내려갔음이라."(12절). 하늘 나라에서는 믿음의 승리로 인하여 큰 기쁨이 있지만, 땅에서는 환난과 핍박이 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결정적으로 타격을 입은 사탄이 분 내어 땅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탄이 땅에서 크게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벧전5:8). 비유로 말하자면, 머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뱀이 그 몸둥아리와 꼬리를 통해 더욱 격렬하게 발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 용의 여자 핍박(13-17절).

용이 자기가 땅으로 내어 쫓긴 것을 알았을 때, 그는 "남자를 낳은 여자를 핍박하였다."(13절). 이 '남자를 낳은 여자'는 그리스도를 배출한 교회이다. 사탄이 그리스도와의 싸움에서 실패하자, 이제는 그의 교회를 핍박한다. 그런데, "그 여자가 큰 독수리의 두 날개를 받아 광야 자기 곳으로 날아가 거기서 그 뱀의 낯을 피하여 한 때와 두 때와 반 때를 양육 받는다."(14절). 이것은 교회에 대한 하나님의 보호를 의미한다. '큰 독수리의 두 날개'는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교회)를 보호하시는 것을 나타낼 때 사용되는 표현이고(출19:4, 신32:11, 12), '광야'는 안식이 없는 이 세상을 말한다. '한 때와 두 때와 반 때'는 세 때 반, 곧 3년 반을 말하는데, 이것은 환난 기간을 의미한다. 곧 교회가 이 세상에 있는 동안에는 환난과 핍박이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교회를 양육하시고 안전하게 돌보신다.

15절은 사탄의 핍박을 묘사한다. "여자의 뒤에서 뱀이 그 입으로 물을 강 같이 토하여 여자를 물에 떠내려 가게 하려 하였다." '여자의 뒤에서'라는 것은 사탄의 야비한 공격을 나타낸다. "물을 강 같이 토한다."고 하는 것은 사탄이 교회를 공격하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러한 사탄의 공격은 실패하고 만다. "땅이 여자를 도와 그 입을 벌려 용의 입에서 토한 강물을 삼키기" 때문이다(16절). 이것은 하나님께서 교회를 도우시고 보호하신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여기서 '물'이 무엇이냐, '땅이 입을 벌리는 것'이 무엇이냐를 물으면 안 된다. 그것은 이 환상의 상징적인 성격을 벗어나는 것이다.

이 환상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사탄이 교회를 핍박한다는 사실과, 그렇지만 교회는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위기에서 벗어나며 승리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진리를 나타내기 위해 하나님은 요한에게 보여준 환상 속에서 '뱀'과 '물'과 '땅'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사용하신 것이다.

실패한 용은 여자에게 분노하여 돌아가서, "그 여자의 남은 자손 곧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며 예수의 증거를 가진 자들로 더불어 싸우려고 바다 모래 위에 섰다."(17절). '그 여자의 남은 자손'은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며 예수의 증거를 가지고 있는 자들인데, 이들은 교회의 (참) 성도들을 가리킨다. 계시록 12장에서 '여자'는 전체로서의 교회를 가리키고, '그 여자의 남은 자손'은 교회의 성도들 개개인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