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목련꽃이 피었습니다.”
키가 커 4층인 우리 집 부엌에까지 닿은, 넓은 유리창 밖 훤히 보이는 목련꽃 나무가 있습니다. 집을 보러 왔을 때 그 꽃은 화려한 모습으로 춤추며 맞이해주었습니다. 이삿짐을 풀면서도 그저 밝고 환한 꽃에 눈이 갔습니다. 즐거웠습니다. 한 달여 지나자, 하나둘 꽃송이들은 하릴없이 떨어져 버렸습니다. 볼 때마다 평안한 마음을 주었었는데, 도대체 저 큰 나무에 달려 그렇게 짧은 생을 살고 가다니, 아쉬웠습니다. 파란 이파리로 무덥고 긴 여름을 지나더니 나무는 벌거숭이가 되어 추운 겨울을 맞았습니다.
죽어버린 듯한 저 나무에 꽃이 필까… 하루는 눈이 펑펑 내리는데 가지 끝에 작은 봉오리들이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어머, 이 겨울에?’, ‘눈 속에서?’, ‘저게 꽃봉오리인가..?’
미처 털이 자라지도 않은 작은 마디 같았는데, 봉오리들은 조금씩 자라 어느새 털이 덮이고 겉잎이 자라 꽃받침이 펼쳐지면서 목련이 활짝 피었습니다.
‘이렇게 피는 것이구나, 꽃을 위해서는 뜨거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보내며 눈비를 맞고 강풍을 맞서야 잠시라도 머무르는구나, 결코 그 꽃은 쓸쓸히 떨어져 비참하게 짓밟히는 것이 아니구나.’
‘이들은 언제쯤일까.’ 강남역 성도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힘을 얻는 순간이었습니다. 인고가 꽃이 자라게 하는 자양분임을, 강남역에 그런 일 년이 지나고 있음을, 이들을 위한 모든 이들의 수고가 언젠가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 열매가 주어질 것임을 생각하였습니다.
예수님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 된 교회를 위해 육체에 짊어졌던 바울처럼 이 사역에 동참하시는 분들의 사랑이 강남역 교회 성도들의 긴 겨울을 줄이고 개화의 시간을 앞당기고 있음을 느낍니다. 생명의 주관자 하나님께서 꽃을 주실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봄이 지나 끊임없이 겨울이 다시 와도 각각의 나무가 맺어야 하는 꽃이라는 열매를 바라며 소망 중에 나갈 것을 다짐해 봅니다.
2024년 봄 여러분들께서도 꽃들의 기쁨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