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과 은혜”
[이야기 1.]
11월 초부터 두 형제분을 고시원에 보내드리고자 여러 고시원에 전화를 했습니다. 단칼에 거부하는 몇 곳을 거쳐 서울대 입구역 부근에 있는 한 고시원에 사정을 말하였더니 한참을 안된다고 하더니, 첫째, 그 사람들이 청결하게 생활하고 공동생활을 할 수 있을지, 둘째, 만약의 경우 예상하지 못한 신변상의 문제나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할 것에 대한 책임과 보증을 할 수 있는지, 셋째, 그들의 고시원비를 줄 수 있는지를 물어보아,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허락을 받았는데, 다음 날 연락 오기를, 두 사람은 안 되겠고 한 사람만 받겠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혹시라도 두 사람이 같이 다니면 힘을 쓰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면 안 되기에 그렇다는 것이었습니다. 형제자매의 일로 여러 번 고시원을 출입해 본 저의 기억상, 좁디좁은 복도를 지나며 거주자들과 마주쳐야 하고, 같은 주방과 욕실, 세탁실을 함께 사용하기에 운영의 고충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 분씩이라도 고시원에 들어가서 다가오는 당장의 추위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의 마음으로 월요일 예배에 가서 그곳에 생활할만한 한 형제에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사이에 그 형제는 서울역 다시서기 센터에서 지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예배시간마다 다시서기 센터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가서 상담을 받으라고 하였던 것이 그 형제에게 받아들여졌던 것입니다.
[이야기 2.]
강남역 예배를 통해 하나님을 만난 한 형제가 말씀을 필사하며 변화된 삶을 살면서 고시원에 들어간 지가 약 4년여 되어, 자신이 거주하는 고시원 주인에게 말하여 다른 한 형제를 데리고 고시원에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저장강박증이 있는 그 형제가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그를 보내면서, 버리지 못하고 들고 다니는 커다란 비닐의 잡동사니들을 가지고 가지 말 것과, 옷을 깨끗이 갈아입고 가라고 신신당부를 하였고 그도 약속하였는데, 주차장에서 그 짐들을 가지고 있는 그가 거기서 옷을 갈아입는 것을 본 주인이 미안하다고 받을 수가 없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야기 3.]
사고로 철심을 넣는 수술을 한 상태로 병원을 가지 못하고 있는 형제가 있습니다. 의료수급을 신청하여 병원에 데리고 가야겠기에, 이 형제의 의사를 확인하고 한 고시원 주인과 통화를 하니 일단 만나 보고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지만, 냄새나고 더러워진 옷과 몸으로 갈 수 없고 대중목욕탕은 출입이 안 되어, 12월 2일 아름다운동행의 대표이신 박에스더 권사님의 허락을 받아 아름다운동행 사무실에 와서 따뜻한 물로 씻고 인근 가게에서 산 속옷과 상하의 내의, 추리닝과 위에 후드와 겉옷, 칫솔과 양말을 사서 옷을 갈아입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온누리 교회 사회사업부의 엔젤트리(매년 성탄절에 하는 사랑의 선물행사)에서 보내 주신 털신을 신고, 인근 또 다른 권사님의 생동교육출판사 사무실에 하룻밤을 묵고 약속한 고시원의 연락을 기다렸으나 결국 오지 않고, 그곳에 생활하는 이 형제를 잘 아는 한 사람도 그는 안 된다고 하여, 오히려 더 어려움을 만나거나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것 같아 보내지 못하였습니다.
[이야기 4.]
이러한 상황 가운데, 월요일의 예배는 한시적이어서 추위가 지나고 이들의 거처가 마련되기까지는 강남역에 나가서 주중에 종종 그들을 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부지런히 오가는 직장인들과 시민들의 바쁜 발길들로 분주한 가운데 있는 강남역에는 다행히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의 열려있는 “만남의 광장”이라는 장소가 있어 누구든 제재를 받지 않고 추위를 피하며 있을 수가 있는데, 그곳에 가면 형제자매들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복합적인 문제로 점점 비만해져 이제는 잘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가 된 한 형제를 지난 월요 예배 후에 그곳에 찾아가 만났습니다. 심각한 발의 피부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소독약과 상처에 바르는 연고와 균을 치료하는 연고를 사 주면서 소독약을 뿌리고 휴지로 닦고, 이 약을 차례로 바르라고 하자 “아, 왜 자는 사람을 깨우고 왜 그래요?” 하길래, “아 사랑하니까 그러는데 정말 너무 하네”라고 답가를 하고, 그래도 기도는 항상 거절하지 않기에 “기도합시다.” 했더니, “해요.”라고 하고서는 기도를 끝나니까 “아멘”을 하여 놀랐는데, 12월 18일 오늘 아침에는 가서 월요일에 준 약을 발랐느냐고 하니까 누군가 가져갔다고 하여, 가지고 간 소독약을 뿌려주고 의식을 치루 듯, 동일한 패턴으로 기도하고 식사비를 주었는데, 퉁명스러웠지만, 놀랍게도 “감사해요.”라는 것이 아닌지요!
노숙과 추위에 익숙해지는 그들의 겨울이 그들 자신과 그들을 목격하는 모든 사람 가운데서 한 평범한 일상으로 자리매김하는 듯하여 이것이 옳은지, 지속되어야 하는지를 가끔씩 생각하게 하였는데, 감사하다는 그 한마디 말에 얼마나 충격과 희망을 보도록 하였는지, 또한 겨우 지하철 두 코스만 가면 그들에게 갈 수 있는 것이 또 얼마나 감사한지, 고시원과 방을 구하는 일에 거절당함이 하나님 앞에서 나 역시 거절당했어야 마땅하다는 자각과 그런 우리를 받아들이시기 위해 대신 거절당하여 마구간의 말 밥통에 누이셔야만 했던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의 낮아지심으로의 오심과 아들을 보내신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를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여호와께서 우리 편에 계시지 아니하셨더라면 우리는 어떻게 하였으랴!”(시124:1)
우리의 편에 계신 하나님의 자비하심과 오래 참으심, 많은 긍휼하심과 은혜로우심이 한 해 동안도 봉사자들로 강남역 노숙의 현장으로 달리도록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완전하고 순결한 말씀이 우리에게 참되게 있어, 부디 그들의 영혼이 소성되며 거친 풍파를 맞서 도전하도록 하는 용기와 지혜의 눈으로 밝아지도록 그들에게 잘 전해지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영육으로 상하고 찢긴 그들이 승리의 개가를 부를 날이 언젠가 올 것이라 믿습니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시126:6)
강남역 형제자매들을 위해 지난 한 해 동안 기도와 사랑을 보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의 성탄절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메리크리스마스!